사랑스런 그녀의 행복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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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여행

기막힌 인연

싸장 2012. 7. 25. 08:00

 

 

얼마전 일이었다.

집에 인터넷 문제로 미루다 미루다 결국 기사를 부르기로 상담사와 약속 잡은 날..

평상시보다 조금 일찍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던 중

집 가까이 있는 사거리에서 신호대기에 걸려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나랑 눈 마주치기를 기다리는 듯 한 소녀가 슬쩍 보였다..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데 급기야 이 아이가 나한테 다가오더니

"이거 제가 만들었어요."

'응?'

 

하고 봤더니 알록 달록한 여러모양의 쿠키가 작은 종이상자에 가지런히 담겨 있는게 보였다.

아~하 이걸 자랑하려고 나랑 그렇게 눈 마주치기를 기다렸구나..

야물딱지게 만든 쿠키를 보면서 나도 ' 쿠키 잘 만들었구나'

했더니 이아이  마치 기다렸다는 드시 방언 터지고 만다.. ㅡ..ㅡ

 

 

"학교 방과후 시간에 만든거에요."

"방과후 시간에는 클레이 시간도 있고 블라블라"

'으~응 그래...' 난 할 말도 없고..

 

자꾸 내 눈앞으로 쿠키를 들이밀며

"이건 무슨 모양이고 이건 어떤거고..."

'으~응 그래 잘 만들었네'

그 나이때 솜씨치고는 잘 만든 편이라고 생각됐다..

 

 

그러다 신호등이 켜지고 급하게 건너다보니 이 아이 쿠키 자랑에 

결국 내가 이아이를 보호하면서 걷는  모양새가 되버렸네..

 

 

결국 나이를 물어보니 11살이란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내려온 방향을 보니 내가 억만년전에 졸업한 초등학교 쪽이다..

 

혹시나 해서'OO초등학교 다니니?' 했더니

"네 거기에요.."

'나도 거기 졸업했어'

이 한마디를 듣고..

이 아이 갑자기 허리를 90도로 접고 배꼽인사를 하면서

 

 

"아이구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잠시 요새말로 멘붕... 요새 애들이 이런가???

내가 이상한건가??

하긴 직접 간접적으로 본 아이들의 행동이 우리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지는 오래됐지만

바로 눈앞에서 또 이런 모습을 보니 잠시 당황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ㅎㅎ

 

 

 

그러면서 자기네 학급에 있는 몇몇 남자애들이 구운 형편없는 쿠키 모양과

얼마전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오려주신 무슨 모양이랬는데 둘리였나? ㅎ

하여간 그 종이에 색칠하는 시간에는 말도 안되는 검은 색을 칠한 남자아이에 대한

철없다는 듯한 행동묘사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듣다가 지친 나는 그래~그랬구나~이정도로 응수하는데

그렇게 걷다보니 이 아이 집 방향이 나랑 비슷하네..

아파트에 거의 다와서 '너 사는 곳이 어디니?' 했더니..

어라 ~또 같은 아파트를 가리킨다.. 휴~

 

 

 

 

결국 이실직고 하면서  '나도 이 아파트 살아'했더니

이 아이 "헐~같은 아파트까지... 정말 인연인가봐요"

'???' 또 다시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파트를 들어서서 조만간 입학할 이 아이의 남동생의 게으름에 대한 이야기를 한창 듣고 난 뒤

스물스물 올라오는 불길한 기운..

역시 같은 동이다.. ㅜ.ㅜ

 

 

 

그러면서 이 아이는 자기는 7층에 산다고..

난 그 아이보다는 더 높은 충을 알려줬더니..

"학교 선배님에다가 같은 아파트에 같은동에 살다니요..

이런 인연이 있네요~하하하"

'으~음 그래........' 얘 정말 11살 맞어??

 

 

 

같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중 이 아이 또 한마디

"친구들이 절 보면 놀래요.. 넌 어떻게 아줌마들과 그렇게 이야기를 잘 하냐고"

그 순간 난 잠시 이성을 잃고 가녀린 그 아이 어깨를 가볍게 흔들면서

' 난 아줌마가 아니야' ㅎㅎ 그정신은 있었나 보다..ㅋㅋㅋ

" 선배님 말구요.. 다른 아줌마들이요"

처세술 '갑'이라고 해야하나..

나보다 낫구나 니가~

 

 

 

하긴 내 나이가 너희 엄마보다 더 많을 수 있겠구나.

겉으로 보이는 물리적 신체적 모습도 아줌마일텐데~ㅎㅎㅎ

 

 

 

 

그렇게 또 격하게 인사하고 내린 아이의 뒷모습에 멍해지면서 집에 도착해

식구들한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다들 자지러지게 웃는다..

 

 

 

헌데 밤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이 차이를 떠나서

이 아이와 내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갑자기 스~윽 스쳐지나간다..

또래만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나랑 강산이 몇번 바뀌는 나이차이지만

이 아이가 나보다 훨씬 맑은 정신건강의 소유자일거 같기도하고

나보다도 세상을 훨 잘 살거 같은 느낌도 들고...

나중에 보면 아는체 해야지..

 

헌데 내가 친구하자면 이 아이 도망갈라나~ㅎㅎ

 

 

*하와이 쿠알로아 렌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