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사실 저번달 개봉일에 본 영화다.
이창동의 문화관광부장관 퇴임후 첫 영화라서 기대가 됐었고 다 알다시피 전도연의 칸 여우주연상
수상이 점쳐지던 시기라 - 아마도 직후쯤 주연상을 받았던 거 같다- 관심도 갔었다.
사실 이창동 영화는 약간은 중독성이 있다.
내코드랑 맞아서인지 모르지만 처음 데뷔작 초록 물고기는 감독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데이트때
영화나 보자해서 가서 본 영화이고 옆에 남자가 있다보니 몰입도 힘들었지만 영화 보는 내내 남자는
잊어먹고 영화에 빠져들었었다.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고등학교때 학교에서 돈 500원씩 받고 대강당에서 모여 영화상영을 해줬는데- 사실 학교에서 이정도
돈은 다 내줘도 되는데 재단이 뭐하는지...- 대형화면으로 본 영화중에 처음으로 충격을 받은 것이
이때 본 '디어헌터'였다.
두번째로 나에게 충격을 준것이 이 초록 물고기였다.
화면도 인상적이었고 특히 기차를 타고 굴속으로 들어가기 직전 태양이 적당히 비춰지면서 곡선으로
돌아가는 기차창밖으로 심혜진이 스카프를 날리고 그게 바람을 따라서 나풀거리며 한석규에게로
가는 장면은 이뻤었다.
그 뒤 박하사탕을 보며 가슴이 아팠고 오아시스를 보면서 문소리가 정말 장애아인줄 착각하게 만든
그 감독이었다.
하여간 영화를 보는 내내 또 한번 가슴 저 쪽에서 뭔가 스물스물 올라왔었는데 그게 내속에 있는
극중 전도연과 비슷한 근성이나 아픔을 비유한 그 무었이었는지는 알수는 없었고 뒤 좌석에서
단체로 관람오신듯한 아주머니들의 끊임없는 속닥거림과 중간중간 오는 전화 받으로 나가시는
그 분들 때문에 100% 몰입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 요새 극장가서 몰입하기 정말 인내심을 요한다
된~장할~ - 박하사탕의 시대를 통틀어 표현한 아픔도 아니고 오아시스처럼 함께 살지만 거의 관심을
두지않는 이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의 진물나는 눈물도 아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비슷한 경험과 삶을
공유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전도연은 연기 훌륭하다.
하지만 딱~ 한 발 물러나서 전도연을 지켜봐주는 송강호의 연기는 정말 군더더기 없이 영화를
살려주었다.
서울에서 바람나서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 고향 밀양으로 아들과 함께 내려와 있는 척 잘난척을
하면서 서울티를 내는 속물근성의 전도연은 대놓고 속물근성을 보인 송강호에게 오히려 속물이라고
말하지만 보기엔 스스로의 속물근성을 송강호를 통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 있는척 때문에 아들이 유괴되서 죽임을 당하고 그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을
위해서 있었다고 믿었던 하나님이 유괴범에게도 똑같이 사랑과 용서를 주었다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전도연의 믿음에 대한 두 번째 배신감을 어찌지 못하고 전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을 겪는다.
-첫번째 배신은 믿었던 남편에 대한 배신감이라 생각된다-
이런 역할과 그것을 제대로 보여준 전도연의 연기가 칸의 트로피를 거머쥐게 만든것 같다.
덧붙여 전도연에게는 미안하지만 연기력 되는 여배우들이 이 역을 맡았다면 또다른 밀양이 되었겠지만
그 여배우들은 분명 칸 여우주연상을 탈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송강호가 난 더 돋보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전도연과 송강호를 비추던 햇빛이 마당으로 이동되면서 그 볕을 보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처음 제목을 보고 왜 secret sunshine일까 했는데 나름데로 유추해보건데 누구나 남에게 말못할
사연하나씩은 가지고 있고 세월이 어느정도 지나면 다들 내 얘기 책으로 쓰면 책 몇 권 나온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아마도 저마다의 비밀스런 사연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때의 그 빛 같기도 하다.
아님 송강호처럼 직접적인 사랑의 표현인 쨍쨍 내리쬐는 햇빛보다 약간은 따사롭기도하고
보일듯 말듯한 햇빛인 비밀스런 사랑의 그 빛일까?
크리스티안 바쏘의 음악이 자꾸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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